우리의 일상

🚗 오늘 갑작스레 떠난 드라이브, 그리고 마음에 남은 길

소소한행복* 2025. 8. 1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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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아무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오늘이 딱 그랬습니다. 점심 무렵,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었습니다.


머릿속에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차에 시동을 걸고, 함께 떠난 2명의 신앙 동료들과

아무 준비 없이 도로로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크게 정하지 않았지만, 마음 한쪽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세 곳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신합덕 성당 – 신리성지 – 공세리 성당.


그리고 그 길목에, 뜻밖의 보너스처럼 마주하게 된 드라이브 구간이 있었죠.


🌊 아산시 선장면, 삽교천을 끼고도는 길

신합덕 성당으로 가기 전, 아산시 선장면 부근에 접어들었을 때였습니다.
운전석 왼편으로 드넓게 펼쳐진 삽교천이 시야를 가득 채웠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 그리고 그 위를 스치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잔물결이 참 평화로웠습니다.

 

길은 강을 따라 부드럽게 굽이쳤고, 차창 밖으로는 여유롭게 흘러가는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강변엔 초록빛 갈대와 풀들이 가득했고, 곳곳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치 강이 운전자를 부드럽게 인도하듯, 왼편으로 끼고도는 드라이브는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혹시 이 길을 지날 분이 있다면, 속도를 조금 줄이고 창문을 내려 보세요.
바람 속에 실린 물내음과 흙냄새가, 잠시지만 도심의 답답함을 잊게 해 줄 겁니다.

 

아산시 선장면 부근 삽교천 바닷가

 

 


🕍 신합덕 성당 – 서해안의 고즈넉한 신앙의 집

삽교천 드라이브를 지나 도착한 첫 목적지는 신합덕 성당.
충남 당진시 합덕읍에 위치한 이곳은 1900년대 초반에 세워진 고딕 양식 성당으로,

우리가 온 것을 반갑게 맞이하는 듯한 예수님과 성모님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성당 앞마당에 발을 디디는 순간, 먼 길을 달려온 마음이 한순간에 차분해집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짧게 성체조배를 하러 들어갔지만, 

아쉽게 성당문은 잠겨 있어 문 앞에 서서 성호를 긋고 인사만 드리고 나왔습니다.

 

여행길이지만, 이런 순간이야말로 제게는 가장 큰 쉼표입니다.

잠시 걸으며 건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 신리성지 – 순교의 땅, 그리고 조용한 묵상의 시간

신합덕에서 차로 20여 분 남짓 달리면 신리성지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시기 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장소로,
작은 성당과 기념관, 십자가의 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공기는 무겁지만 동시에 맑습니다.
신리성지의 주변 산책을 걷다가 한참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박해시대에 신앙을 증거 하기 위한 순교자들의 용기와 믿음이,

이 고요한 공간 속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는 듯했습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릴 때마다,

마치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공세리 성당 – 서해 바다와 맞닿은 성당

오늘 여정의 마지막은 아산 공세리 성당이었습니다.
이곳은 충청남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로,
붉은 벽돌 건물과 서해 바다의 풍경이 어우러진 특별한 장소입니다.

성당 앞에서 내려다보면, 하늘이 맞닿아 있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석양 무렵에 도착했는데, 붉게 물든 하늘이 성당의 벽돌 색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서 있는 듯했습니다.

오늘 하루를 부드럽게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 오늘의 드라이브 코스 정리

  1. 아산시 선장면 – 삽교천 드라이브 구간
    • 강을 왼편에 두고 달리는 감성 가득한 구간
    • 속도를 줄이고 창문을 열면 강바람과 물 내음을 느낄 수 있음
  2. 신합덕 성당
    • 고딕 양식의 고풍스러운 성당
    • 스테인드글라스와 고즈넉한 기도 시간
  3. 신리성지
    • 순교자들의 숨결이 깃든 성지
    • 십자가의 길과 묵상의 산책로
  4. 공세리 성당
    • 서해 풍경과 어우러진 역사 깊은 성당
    • 석양 무렵 방문을 추천

🌅 여행을 마치며

오늘의 드라이브는 계획도, 복잡한 준비도 없었습니다.
그저 ‘가고 싶은 곳’ 몇 곳을 마음에 담고, 바람이 이끄는 대로 달렸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만난 풍경과 시간은, 오히려 더 깊고 오래 남았습니다.

삽교천의 반짝임, 신합덕 성당의 고요함, 신리성지의 묵상,
그리고 공세리 성당의 붉은 석양까지.
하루가 이렇게 완벽할 수 있을까 싶은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가끔은 목적지가 아닌, 그 길 위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이 여행의 전부가 됩니다.
오늘이 저에게 그랬듯,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언젠가 이런 ‘급여행’의 하루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길이, 여러분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주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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